안녕하세요. 목재소 근무 2년 차 우드코디 SH입니다.
매주 목요일, 나무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제재했었던 향나무.
얼마 전, 테이블 제작 후 납품까지 완료했습니다.
3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진, 정말 긴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나무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의뢰인분의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 집에 심어져 있던 향나무였고,
몇십 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다가 최근 재건축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베어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추억이 담긴 이 향나무를 간직하고 싶었던 의뢰인분은
“식탁 테이블로 다시 태어나게 해달라”는 마음으로 제작을 의뢰하셨습니다.
의미가 깊은 만큼, 저희도 마음을 담아 작업했습니다.
제재를 마친 펼쳐진 향나무를 보며
“이 나무로 어떤 테이블을 만들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형태 그대로 슬랩으로 쓰기에는 폭이 너무 좁았고,
의뢰하신 크기를 맞추려면 결국 집성을 해야 했습니다.
구불구불한 모양의 향나무 판재들은 일단,
상판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집성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집성 작업을 마치고 샌딩 작업을 시작하자
가공부 전체에 향나무 향이 가득 퍼졌습니다.
선배님께서도
“향나무 향이 이 정도로 강한 건 처음 본다"
고 하실 정도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최근에도 향나무 작업을 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의 향나무는 색도 더 붉었고
향도 이번 나무와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같은 향나무인데도 이렇게 차이가 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향이 유독 진했던 이유는,
같은 향나무라도 개체마다 향 성분의 조성이 달라서
색뿐 아니라 향의 세기 또한 다르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나무라도 모양이나 결, 형태가 모두 다르듯이 말이죠.
초기에는 동양적인 짜맞춤 느낌의 다리를 원하셨지만,
이미 제재가 끝난 향나무 규격으로는 그 형태를 구현하기 어려웠습니다.
테이블 전체를 향나무로 유지하고 싶다는 의뢰인분의 의도를 고려해
남아 있는 소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시 디자인을 고민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세 방향으로 지지하는 향나무 다리 형태를 착안했고,
향나무의 결을 살리면서도 구조적으로 충분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상판과 다리가 모두 향나무로 제작되는 만큼,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는 구조 보강도 함께 들어갔습니다.
상판이 오랜 시간 뒤틀리거나 처지지 않도록 보강대를 넣고,
세 방향으로 지지하는 다리에도 안정감을 더했습니다.
완성된 향나무 테이블은 크기가 상당해
엘리베이터에 들어가지 않아 4층까지 계단으로 직접 옮겼습니다.
힘들게 공간에 배치하고 포장을 풀었을 때,
공장에서 맡았던 그 향나무 향이 그대로 퍼져 나왔습니다.
아마 의뢰인분도 앞으로 사용하시면서
향나무 특유의 향을 자연스럽게 느끼실 것 같습니다.
흥미로웠던 건,
공장에서는 그리 커 보이지 않던 테이블이
비교적 아담한 실제 공간에 들어가자
커보이며 오히려 더 안정적이게 보였습니다.
공간의 스케일이 달라지면
가구의 인상이 이렇게까지 달라지는구나,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나무가
다른 모습으로 다시 일상 속에 머물게 되는 과정.
그 점이 이 프로젝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의뢰인분께는 할머니와의 추억을
일상적인 공간에서 다시 만나게 해주는 과정이었고,
저희에게도 그 의미를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라
더욱 깊이 와닿는 작업이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오래된 목재를 새로운 물건으로
되살리는 사례들이 종종 있습니다.
영국 밴드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도
집에 있던 오래된 난롯대(fireplace mantel) 목재를 활용해
자신의 시그니처 기타 ‘레드스페셜(Red Special)’을 만들었던 것처럼,
이런 의미 있는 흐름이
한국에서도 조금씩 자리 잡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
'향나무 테이블'이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궁금하시다면?
저희 목재소는 현재 김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꼭 나무를 찾으러 오시는 것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언제든지 편하게 방문해 주시면, 저희가 성심껏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방문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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