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목재소 근무 2년 차 우드코디 SH입니다.
매주 목요일, 나무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며칠 전, '홍송 창고'에서
자재를 고르시던 손님께서
목재 랙에 붙어 있는 규격 안내판을
보며 이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이거 피트(Feet) 규격인가요?”
“아, 이건 척관법이에요.
길이는 자(尺) 300mm
폭과 두께는 치(寸)는 30mm를
곱해서 계산하시면 됩니다”
라고 설명해 드렸습니다.
▲ 홍송 창고의 랙에 붙은 규격 안내판.
지금은 익숙해져서 바로 설명할 수 있지만,
사실 저도 처음엔 많이 당황했습니다.
평생 미터법에 익숙했는데,
영업지원부에서 실무를 배우다 보니 '자(尺)', '치(寸)'
같은 단위는 물론 ‘잇승’ ‘니승’ 같은
일본어 호칭이 쏟아져 나왔거든요.
수치를 알고 있어도 머릿속으로 바로 계산되지 않아
결국 실측을 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왜 목재업계에서는 왜 이런 단위를 쓰기 시작했을까요?
목재업계에서 '10尺(자) × 4.0치 (연승) × 1.3치 (승산부)' 라고 하면
약 '3,000mm × 120mm × 39mm'를 의미합니다.
여기에 더해 잇승(1.0 치), 니승(2.0 치), 승고(1.5 치) 같은
일본식 표현도 현장에서는 흔하게 사용됩니다.
승(寸): 1치 = 30mm → 정수 단위
부(分): 0.1치 = 3mm → 소수점 첫째 자리
링(厘): 0.01치 = 0.3mm → 소수점 둘째 자리
이런 단위들이 낯선 것은 당연합니다.
'자(尺)'나 '치(寸)'는 우리 전통 단위지만,
‘잇승’ 같은 일본식 호칭은 일제강점기 시절
목재 거래 관행이 스며든 결과입니다.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현장의 언어로 자리 잡았고,
지금도 업계 사람들에게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소통 수단으로 여겨집니다.
미터법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낯설고 불편할 수 있지만,
실무에서는 여전히 살아있는 언어인 셈입니다.
재밌는 건 북미산 목재는 규격을 부르는 방식이 또 다르다는 점입니다.
월넛, 오크, 체리 같은 하드우드는 판재 상태로 수입되곤 하는데,
이때 '길이는 피트(Feet)', '폭과 두께는 인치(Inch)'로
표기하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입니다.
특히 두께는 ‘쿼터(quarters)’라는 단위로 표기하는데,
1/4인치를 기준으로 두께를 나타냅니다.
4/4는 1인치(25.4mm)
5/4는 1.25인치(31.8mm)
6/4는 1.5인치(38.1mm)
▲ 각각 규격이 다른 화이트, 레드 오크.
이처럼 다양한 단위가 공존하는 탓에,
저희 홍송 창고에서 직접 목재를 고르시는
고객분들께서는 종종 혼동을 겪기도 합니다.
결국엔 같은 목재를 사용하는 사람들 인데도 말입니다.
▲ 각각 규격이 다른 화이트 오크.
'왜 이렇게 낯선 단위를 계속 쓸까?'
처음 가졌던 이 질문이 이젠 조금 무색해졌습니다.
매일 잇승(1.0치), 승산부(1.3치) 등을 외치다 보니
저도 어느새 그 언어에 익숙해지고 있었거든요.
이런 관행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했던 저였지만,
이처럼 오랫동안 굳어진 업계의 언어를
저 혼자 바꿀 수 없다는 것도 곧 알게 됐습니다.
가끔은 이런 제가 씁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오래된 언어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에
묘한 성취감도 느껴집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
▲ 도움을 정말 많이 받은 표.
저희 목재소는 현재 김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꼭 나무를 찾으러 오시는 것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언제든지 편하게 방문해 주시면, 저희가 성심껏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방문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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