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나무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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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던 지난 토요일,
비는 오지 않고 오히려 무더위와 강한 햇빛이 쏟아졌습니다.
3년 전 개방 직후에도 청와대를 찾은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인파가 너무 많아 본관 내부에는 들어가 보지 못했죠.
이번엔 본관만큼은 꼭 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더위 속에서도 긴 줄을 따라 묵묵히 기다렸습니다.
그동안 목재소에서 일하며 나무를 가까이 보고,
뉴스레터를 쓰며 나무를 관찰하는 습관이 생긴 덕분인지
청와대 곳곳에서 눈길이 머무는 지점들이 달라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금의 제 시선으로 바라본 청와대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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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靑瓦臺)'
말 그대로 ‘푸른 기와로 덮인 집’입니다.
실제로 본관 지붕에는 유약을 발라
구운 파란색 기와 약 15만 장이 쓰였다고 합니다.
1991년에 완공된 청와대 본관은 겉으로 보면 전통 한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철근과 콘크리트로 지어진 현대식 건물입니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는 이 건물을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이라고 설명합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이란,
과거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다시 사용하는 건축 흐름인데요.
예를 들어, 미국 건축가 필립 존슨의 <550 매디슨 애비뉴 빌딩>도
고층 건물이지만 고대 신전을 본뜬 형태로 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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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 매디슨 애비뉴 빌딩
( 사진 출처 :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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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본관 역시 전통 한옥의 팔작지붕, 기와, 용마루를 구현했습니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목재 대신 석재 기둥이 사용되었고,
단청도 일반적인 붉은색을 쓰지 않은 독특한 색 조합입니다.
아마 푸른 기와와의 색 대비를 고려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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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단청과 경복궁 교태전의 단청. 색 차이가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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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본관 1층 중앙홀. ( 사진 출처 :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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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마주한 공간은 중앙홀이었습니다.
양옆에 높이 솟은 기둥들과, 그 뒤로 이어지는 넓은 계단,
그리고 발아래 깔린 원목 마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알고 보니 한국에서 고급 수종으로 꼽히는 느티나무를
전통 건축에서 격식 있는 공간에 사용되던
'우물마루' 형식으로 바닥을 마감한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청와대 본관에 들어오자마자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공간이니까,
소재도 방식도 신경 써서 설계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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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 청와대 느티나무 우물마루 / 아래 : 유림목재 예재관 마루 ( 유광락카칠 마감이 눈에 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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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루의 마감은 유광 락카로 되어 있었는데,
그걸 보니 유림목재의 예재관이 단번에 떠올랐습니다.
2025년 현재 기준으로 보면, 이런 유광 락카 마감은
다소 촌스럽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예전에 선배님께 들은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과거에는 반짝이는 재료들이 귀했기 때문에,
반짝이는 유광의 마감들이 고급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어.'
그 말을 떠올리며 마루를 다시 보니,
뭔가 정감이 가면서 ‘그 시절의 고급스러움은 이런 모습이었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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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본관 1층 : 인왕실, 충무실, 세종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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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본관 1층 인왕실. ( 사진 출처 : 청와대 공식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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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충무실과 세종실은 본관 특유의 한국적인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공간이었습니다.
특히 천장에 샹들리에 몰딩 등에는 팔각 문양이
반복적으로 사용되었고, 전통 격자무늬 창호나
기존의 본관 내부 모습과 정말 잘 어울리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팔각 구조는 전통 건축에서 조화와 안정감을 상징하는 형식입니다.
단순한 장식 같지만, 그 안에도 나름의 의미가 담겨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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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본관 1층 충무실과 <아애일일신지대한민국(我愛日日新之大韓民國)> 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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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본관 1층 충무실, 천장 몰딩과 전통 격자무늬 창호. ( 사진 출처 :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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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본관 1층 세종실,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는 공간. ( 사진 출처 :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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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본관 1층 세종실, 국무회의가 열렸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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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실은 국무회의가 열리던 공간인데,
불과 몇 년 전까지 이곳에서 실제 국정이 논의되고 결정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공간이 주는 무게감이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중앙홀, 세종실과 충무실의 몰딩이나 문틀에서 보인 목재의 색감과 결을 보며,
'홍송의 색감과 결이 저런 느낌이었는데...'
회사에서 홍송을 가공하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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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의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모티브로 한 천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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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홀을 지나 느티나무 계단을 거쳐 2층으로 올라가니,
대통령의 집무실을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불과 몇 년 전까지 실제 대통령이 집무를 보셨던 공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대통령의 책상이었습니다.
책상에 새겨진 봉황과 무궁화 문양이
마치 ‘나 대통령 책상이야!’ 하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문득 미국 백악관의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이 떠올랐습니다.
집무실의 이 책상도 미국의 '결단의 책상'처럼
어떤 사연이나 상징, 서사가 담겨 있을 것 같았습니다.
책상의 수종은 가까이 볼 수 없어서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그리고 이곳에서 중대한 결정들이 이뤄졌을 거라고 생각하니 엄숙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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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본관 2층 집무실, 대통령 책상 ( 사진 출처 : 청와대 공식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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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청와대 본관의 여러 공간을 모두 둘러본 뒤,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입장할 때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던 본관 입구 천장과 단청이,
내부를 다 둘러보고 다시 외부로 나오니 훨씬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한옥에서 보기 힘든 하얀색 계열의 단청과 무채색의 석재 기둥,
차가운 색감이 확실히 대비되어 느껴졌습니다.
따뜻한 나무 공간에 있다가 다시 나와 보니,
분위기의 전환이 더 뚜렷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소재 하나가 공간의 분위기를 이렇게 다르게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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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기에 식재된 것으로 추정되는 740여 년 된 주목(Yew), 청와대 인근 산책길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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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본관을 나와 인근 공원 산책로를 걷다가,
수령이 740여년이 된 주목을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생김새부터 범상치 않았고,
유난히 굽고 뒤틀린 줄기와 가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왜 주목은 판재가 좁고, 결이 고르지 못할까?’
그동안 가공된 모습만 봐왔기에 늘 가졌던 궁금증이었는데,
실제 식재된 나무를 보고 나니 자연스레 이해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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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목재 우드스토어 갤러리에 전시되어 있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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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 뜨거운 땡볕 아래에서 청와대를 거닐며 많은 것을 보고 느꼈습니다.
3년 전엔 스쳐 지나쳤던 것들이, 이번엔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예전엔 스쳐 지나쳤던 시공 방식과 목재의 결,
인테리어의 작은 디테일까지도 유독 눈에 들어왔고,
‘왜 이렇게 설계했을까?’ 하는 생각도 자연스레 따라왔습니다.
청와대라는, 국가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고, 기록하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경험 자체만으로도 참 의미 있었습니다.
청와대 견학은 7월 말까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방문하셔서,
공간이 주는 느낌을 직접 느껴보셔도 좋겠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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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 품으로', 뒤로 보이는 여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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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대한 매력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2년 차 우드코디 SH입니다.
목재에 대해 배우며 느낀 점을 여러분께 나누고 싶어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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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목재소는 현재 김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꼭 나무를 찾으러 오시는 것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언제든지 편하게 방문해 주시면, 저희가 성심껏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방문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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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목재 & 데일리포레스트woodstore@naver.com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구래로 124 (양촌읍) 02 - 3158 - 3131수신거부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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