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테리어 업을 하시는 고객님께서
홍송(더글라스 퍼) 판재를 집성해 사용하고 싶다며 문의하셨습니다.
특이하게도, 처음부터 곧은결의 판재가 아닌
무늬결, 즉 '이다메'를 살린 판재를 요청하셨습니다.
평소 저희에게 들어오는 주문이나 문의 대부분은
곧은결(마사결) 위주의 판재를 찾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사결은 나이테가 곧고 일정하게 뻗어 있어
건축자재로 많이 쓰이며, 무늬결에 비해 치수 안정성도 뛰어난 편입니다.
현장 일손이 부족할 때 직접 지원을 나가 보면,
곧은결(마사결) 판재의 측면에 무늬결이 살짝 드러나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전면 전체가 무늬결(이다메)로
가득한 홍송 판재를 늘어놓아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창고에 펼쳐진 이다메 판재들을 보는 순간,
처음 머릿속에 그렸던 무늬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아직 대패질도 하지 않은 거친 표면임에도,
오크(Oak)에서 자주 보던 무늬결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구름처럼 흐르기도 하고, 호랑이 무늬처럼 역동적인 곡선이 살아 있었죠.
보자마자
“와, 무늬 진짜 예쁘다.”
하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선배님들께 여쭤보니,
나무의 결은 곧은결(마사결)과 무늬결(이다메)로 나뉘며,
이는 제재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 무늬결 제재방식 (Plain Sawn) / 곧은결 제재방식(Quarter Sawn)
( 사진 출처 : schenckandcompany )
그리고 이런 제재를 하기 전부터,
원목의 지름과 생장 정도까지 고려해
어떤 방식으로 켤지 결정한다고 합니다.
특히 이번에 보여드린 홍송처럼 풍부한 무늬결(이다메)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나무, 즉 유목(幼木)에서는 나올 수 없고,
지름이 크고 오랜 시간 자란 성목(成木)이어야만
이런 복잡하고 깊이 있는 무늬가 드러날 수 있다고 덧붙여 주셨습니다.
▲ 대패 작업 후의 홍송(더글라스 퍼) 모습
이번에 작업한 홍송 무늬결(이다메) 판재는
폭이 250mm에 달하는 넓은 단판들로 구성된 집성판이었습니다.
그만큼 무늬도 훨씬 더 풍성하고, 무늬결(이다메)
특유의 곡선도 넓은 면에 자연스럽게 펼쳐졌습니다.
이걸 보고 나서야 선배님들 말씀처럼
“이런 무늬는 정말, 큰 나무에서만 나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숫자로 단정하긴 어렵지만,
‘보기만 해도 든든한 크기’가 아니면
이런 무늬는 절대 나올 수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 집성 작업 중인 홍송(더글라스 퍼)
홍송은 일반적인 300~400mm 의 원목을 제재하여 흔히 사용하지만
저희는 그중에서도 보다 크고 안정적으로 자란 원목만 선별하여 제재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보기 힘든,
불규칙적이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무늬결을 만들 수 있는 거죠.
▲ 홍송(더글라스 퍼) 원목.
▲ 'S' 백화점에 쓰인 홍송(더글라스 퍼).
▲ 'H' 미술관에 쓰인 홍송(더글라스 퍼).
같은 나무라도, 어떻게 제재했는지, 얼마나 자랐는지에 따라
결의 모습이 이렇게도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이번처럼 곧은결이 아닌 무늬결 판재만 눈여겨본 건 처음이었는데,
넓은 면에 구름처럼 흐르는 무늬를 보고 있으니
톱질 방향 하나에도 나무가 전혀 다른 표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이 홍송이 어떤 공간에서, 어떤 모습으로 쓰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
▲ 홍송(더글라스 퍼).
저희 목재소는 현재 김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꼭 나무를 찾으러 오시는 것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언제든지 편하게 방문해 주시면, 저희가 성심껏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방문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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