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이보다 주목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

주목은 고산지대의 험난한 환경에서도 수백 년을 살아내며, 베어진 후에도 단단하고 썩지 않는 목재로 그 가치를 이어갑니다. 또한, 주목은 성장 속도가 매우 느린 나무로, 100년에 약 10m 정도 자란다고 합니다. 이 느린 성장 과정 자체가 주목의 특별함을 더욱 돋보이게 만듭니다.

그야말로 생명력과 내구성을 동시에 상징하는 나무라 할 수 있죠. 이러한 생태적 특성과 내구성 덕분에 주목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랑받아 온 나무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를 아시나요? 바로 강원도 정선 두위봉에 자리한 주목입니다. 이 주목은 2002년 6월 29일, 천연기념물 제433호로 지정되었으며, 총 3그루가 함께 서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나무는 무려 수령 1,400여 년에 달한다고 추정됩니다. 특히 정선 두위봉의 주목은 수형이 아름답고 속이 비어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1,400여 년 전 한반도는 삼국시대였고, 그 시기에 두위봉에는 주목의 첫 싹이 텄을지도 모릅니다. 이후 수많은 시간이 흘러, 2024년 현재, 이 주목은 해발 1,300m의 고산지대에서 자연과 역사를 함께 지켜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홍길동이 있다면, 영국엔 로빈 후드가 있습니다. 탐관오리를 처단하고 민초들의 영웅으로 떠오른 전설적인 의적 로빈 후드는 장궁을 주요 무기로 사용했습니다. 그의 주요 활동 무대였던 노팅엄 성 인근의 로빈 후드 동상에서도 활을 든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장궁은 길이 약 1.8m로, 우리나라의 각궁(1.2m)보다 크며, 최대 사거리가 300m에 달하고 분당 10발 이상의 화살을 발사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였습니다. 주목(朱木)으로 만들어진 이 장궁은 변재와 심재의 독특한 구조 덕분에 뛰어난 탄성과 관통력을 가졌습니다. 특히, 변재는 장력을, 심재는 압축력을 제공하여 전투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발휘했습니다.

더 나아가 주목으로 만든 장궁은 백년전쟁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크레시 전투(1346년)와 아쟁쿠르 전투(1415년)에서는 영국군의 장궁병이 프랑스군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장궁이 영국 군사 전략의 중심에 자리 잡았음을 입증했습니다. 로빈 후드와 그의 장궁, 그리고 주목의 이야기는 중세 유럽의 역사와 전설을 잇는 상징적 연결고리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주목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정말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몇 세기 전 유럽에서는 무기로 활용되었고, 현재는 1,000년 넘게 살아있는 고목으로 남아있는가 하면, 조경수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주목이 상록수로서 사계절 내내 푸르름을 유지하며, 성장 속도가 느려 가지치기 빈도가 낮고 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해와 병충해에 강해 도심 환경에서도 적합합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주목은 미적 가치, 환경 적응력, 관리 용이성 면에서 조경수로 선호되고 있습니다.

저희 목재소에서는 주목을 조경수뿐만 아니라 전시품 및 실내 벽체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목은 천천히 자라면서 바람, 눈, 기온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성장 과정에서 줄기와 가지가 비틀리거나 곡선을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생장 특성 덕분에, 주목은 그 자체로도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번 뉴스레터를 작성하면서 평소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주목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는데요.

우드스토어 갤러리에 있던 주목 전시품을 다시 보며, 꼭 나무가 규격화되고 올곧게 자라야만 눈에 보기 좋은 것만은 아니구나, 사람도 사람마다 매력이 다르듯이 이 나무는 본연의 모습 그 자체가 매력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늘은 2024년의 마지막 목요일입니다.

올해 초 계획했던 일이 다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새해에는 주목처럼 느리게 성장하면서도 단단한 실속을 채워

열매를 맺는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2025년에는 더욱더 알차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우드코디 SH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