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초중고교 교사 절반 이상이 이직할 생각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서교연)이 MZ세대 교사(1980년 이후 출생) 1316명과 기성세대 교사(1979년 이전 출생) 7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이직 계획'을 묻는 질문에 기성세대의 70.7%가 없다고 답한 반면 MZ세대의 절반 이상은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기성세대에 비해 MZ세대는 '업무량'과 '보수'에 관한 질문에서도 만족도가 낮았고, '업무 배분'과 '성과 평가'에 대해서도 부정적 응답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MZ세대 교사들이 표출한 '저연차 교사가 기피 업무를 떠맡는 등 불합리한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라는 등의 불만이 수치로 확인된 셈입니다. 이어 MZ세대는 기성세대에 비해 교장이나 교감 등 관리자가 자신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지에 대해서도 미흡하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서교연의 한 연구위원은 이와 같이 직업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서 교단 이탈 현상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5년 미만 공무원 퇴사자가 1만 3500명을 넘었습니다. MZ세대 공무원의 퇴직률이 치솟자 지자체와 정부는 휴가를 늘리거나 악습을 없애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공무원연금공단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전체 지방공무원 퇴직자 중에서 새내기 공무원 비율이 2019년 17.1%에서 2023년 23.7%로 급등했습니다. 재직 5년 이하 공무원 퇴직자는 2019년 대비 2배 이상 늘었고, 5~7년 차 퇴사자 수는 같은 기간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유튜브에서 올라온 '퇴사 브이로그']
실제로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젊은 공무원들의 퇴직 관련 브이로그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적은 월급뿐만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 미흡한 인수인계 등 부조리한 관행은 여러 브이로그 영상에서 공통적으로 꼽은 주요 퇴사 원인입니다. 지자체와 기관들은 앞다퉈 '세대 간 소통 간담회'를 개최하고 '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조직문화 재정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치안과 안전을 담당하는 제복 공무원도 예외는 아닙니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55명이었던 10년 차 이하 경찰관 의원면직자(스스로 사표를 내고 그만둔 공직자) 수는 지난해 301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소방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10년 차 이하 젊은 경찰관·소방관의 이탈은 늘어나는 반면, 모집 경쟁률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인구 구조 변화로 상비 병력이 빠르게 줄고 있는 국방부도 군문을 나서는 젊은 군 간부가 늘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지난해 군 간부 희망 전역자는 3,764명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2,805명에 비해 급증했으나 지원자는 줄어 군의 전력 유지에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입니다. 특히 군 간부를 육성하는 각 군 사관학교의 자퇴자 수가 최근 5년간 2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지원자는 매년 줄어 대책 마련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내 최고의 선도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에서 20대 직원 수가 눈에 띄게 준 반면 중장년층 직원 비중이 크게 늘어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2010~2023년 삼성전자의 글로벌 인력 변동 현황' 자료를 보면 2015년 60%에 육박했던 20대 직원 수는 이후 2023년 27.1%로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반면 30대와 40대 이상 직원은 계속 늘었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40대 이상이 20대 직원 수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전자는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 순위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는 국내 간판 대기업입니다. 국내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2024년 대학생을 상대로 실시한 '취업 선호 기업' 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33.6%가 삼성전자를 꼽아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 2022년과 2023년에도 삼성전자는 모두 1위에 올랐습니다. 올해 조사에서 대학생들이 삼성전자를 꼽은 이유로는 '연봉 수준이 높을 것 같아서(63.6%)', '복지제도 및 근무환경이 좋을 것 같아서(52.6%)',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서(46.9%)'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고연차 직원이 많다는 이야기는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해 왔다고 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성장이 장기간 이어졌기에 근속 연수가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저연차 직원들도 고연차에 접어들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 발표된 삼성전자의 '연령대별 인원 현황' 그래프에서 폭락하는 20대 숫자를 보면 의구심이 듭니다. 경쟁 끝에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에 입사한 이십 대 젊은이들이 서른이 채 되기도 전에 '가장 취업하고 싶었던 기업'에서 대거 이탈하고 있습니다. 연봉 수준이 문제였을까요? 아니면 복지가 별로였을까요? 참고로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평균임금은 1억 2000만 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엊그제 삼성전자는 전영현 부회장 명의로 이례적인 반성문을 냈습니다.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로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는 내용입니다. 그중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도 다시 들여다보고 고칠 것은 바로 고치겠다"라며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재건하겠다"라는 내용이 눈길을 끕니다. 전 부회장은 지난 5월 취임사에서도 "부서 간 소통의 벽과, 문제를 회피하는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언급한 바가 있습니다.
[2016년 3월 24 ‘스타트업 삼성’을 선언하고 조직문화 바꾸기에 나선 삼성전자가 공개한 ‘9계명’]
그간 삼성 반도체 사업부의 관료주의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는 자주 도마에 올랐습니다. 최근 부쩍 늘어난 삼성전자 위기설도 소통 부족과 상명하복 관행이 기술 발전을 늦추고 근로 의욕을 꺾어 근본적인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요즘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회생활에서 탈출하는 젊은이들의 행렬이 늘어나는 원인도 삼성을 둘러싼 조직문화 이슈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사람으로 비롯된 안좋은 일이 발생하면 우리는 종종 '무슨 일을 하든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앞으로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구성원들의 화합'을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에 대한 해법이 돈이나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공동체 생존전략으로 자리 잡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