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추석 명절 때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리기는 처음입니다. 성묘길 내리쬐는 햇볕에 피부는 따가울 지경이고, 절을 올리는 동안 땀이 비 오듯 쏟아지더군요. 어릴 적부터 지구온난화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왔지만 이토록 무섭게 체감한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살면서 추석 명절 때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리기는 처음입니다. 성묘길 내리쬐는 햇볕에 피부는 따가울 지경이고, 절을 올리는 동안 땀이 비 오듯 쏟아지더군요. 어릴 적부터 지구온난화라는 말을 들으며 자라왔지만 이토록 무섭게 체감한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공장의 불빛은 꺼질 줄 모르고 쉴 새 없이 연기를 토하는 굴뚝' 산업화 100년 동안 지구 환경이 이렇게나 변했구나.'
매년 반복되는 얘기지만 올여름이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고 하더라는 자조적인 우스갯소리가 마냥 재밌지만은 않은 연휴였습니다. 기후가 변한 만큼이나 명절도 많이 바뀐 모습입니다. 겉보기엔 명절이 떨어져 살던 가족과 친지가 오랜만에 모이는 날이라는 인식은 여전하지만, 고향 가는 대신 혼자 심신을 달래거나 여행을 떠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한 조사 기관에서 지난달 실시한 '추석 연휴에 대한 감정'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명 중 1명이 '친척들의 지나친 간섭과 개인적인 질문'을 개선돼야 할 명절 문화로 꼽았습니다. '추석 연휴가 부담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친척들의 결혼이나 취업 같은 개인적인 질문'이 26.2%로 3위에 올랐습니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 선의의 '관심'에서 비롯된 질문이었겠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짜증을 불러일으킨 '참견'에 가까웠던 게 아닐까요? 명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잔소리 메뉴판'도 가정 내 세대 간 갈등의 결과물로 느껴집니다. 올해는 잔소리 메뉴판이 프린팅된 옷가지를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까지 등장했습니다.
사랑함에 세심했던 나의 마음이/ 그렇게도 그대에겐 구속이었소/ 믿지 못해 그런 것이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헤어지는 이유가 됐소
1980년대 밴드 송골매의 리드 보컬로 활동했던 구창모 씨가 불렀던 노래 '희나리'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명절이 끝나고 '다 너 잘 돼라 하는 소리' 하던 어른들도 그렇듯이 저도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며칠 만에 만난 직장 동료들의 얼굴에는 더위에 지친 기색과 반갑다는 표정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오늘따라 유난히 젊은 후배들 기색을 꼼꼼히 살피게 됩니다.
자식과 조카들에게 '덕담을 구하고픈 어른'이 되면 좋겠습니다. 후배들에게 '배움을 구하고픈 선배'로 남길 바랍니다.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남은 한 해도 더 노력을 쏟아야 할 듯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