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파리올림픽은 이미 끝났지만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 선수의 '작심 발언'으로 시작된 후폭풍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배드민턴 단식에서 28년 만에 금메달을 거머쥔 안세영 선수가 쏟아낸 내용들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선후배 간 위계로 빚어진 선수들의 생활상이 선수들 사이에 내려오는 관행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중3 때 국가대표가 된 그녀는 7년 내내 막내 생활을 하며 선배들의 끊어진 라켓줄을 갈고, 선배 방 청소와 빨래 등 잡일을 도맡았다고 합니다. 외출이라도 한 번 할라치면 단톡방이 아니라 19명의 선배에게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했다는 이야기는 놀랍기까지 합니다.
[금메달을 딴 후 기뻐하는 안세영 선수 (사진 = 오센)]
파리올림픽이라는 세계 무대에 서서 우리 젊은이들이 보여준 당찬 모습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사회 무대를 내려오는 청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질병도 장애도 없지만 학교를 다니지도 취업을 준비하는 것도 아닌 '그냥 쉬었다'라고 답한 청년의 수가 무려 44만3000명을 찍었습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쉬었음' 청년 가운데 75.6%는 일을 할 생각이 없다고 대답했다는 겁니다. 반면 이들 중 33만명(74.6%)은 이전에 일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한 대목이 의미심장합니다. 이들은 대체 일터에서 무슨 일을 겪었던 것일까요?
[무릎이 좋지 않아 테이프를 칭칭 감고 경기를 뛴 안세영 선수 (출처 = 뉴스1)]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국가대표 운영지침’도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특히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이라는 선수 의무 규정은 대한양궁협회의 '경기력 향상과 관련한 지시사항 이행'이라는 항목과 비교 선상에 오르며 비판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와 관련된 어느 국회의원은 이를 두고 협회가 여전히 선수들에게 시대착오적이자 반인권적인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최근 수년 간 퇴직 사유를 묻는 여러 기관과 매체들의 설문조사에서 '수직적·경직적 조직문화'가 늘 순위에서 빠지지 않았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제재부에 놓인 소형 제재기]
어릴 적부터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자라 위계질서가 만만찮은 제조업 분야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직장과 가정 생활을 하면서 알게 모르게 배어있는 '권위의식'을 스스로 의식하기가 지금도 많이 어렵습니다.
"꼰대의 특징 중 하나는 자기가 꼰대인지 몰라요. 갑질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해자의 마음은 상처가 나는데 가해자는 피해를 줬다는 것 자체를 몰라요."
일전에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교육에 참석했을 때 강사님이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여태 날이 워 미처 몰랐는데 다음주면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지난 설명절에 지인이 '설 명절 잔소리 메뉴판'을 카톡으로 보내왔습니다. 이미지에는 '그간 무료로 제공됐던 저의 걱정은 올해부터 유료 서비스로 전환됐으니 선결제 후 이용 부탁드린다'는 문구 아래 잔소리 종류별 가격이 나와있습니다.
'어느 대학 갈 거니' (10만원), '애인 있니' (10만원), '살 좀 빼야겠다' (10만원), '취업 준비는 하고 있니' (15만원), '차라리 기술을 배워라' (20만원)', '좀 꾸미고 다녀봐' (30만원), 결혼 슬슬 해야지' (30만원), '회사에서 연봉은 얼마 받니' (50만원), '애 가질 때 되지 않았니' (50만원)으로 책정돼 있더군요.
이번 추석에는 '명절 잔소리'는 더 줄이고 '품 많이 드는 가사일'은 더 나누며 보내 보렵니다. 우드러버 여러분도 정겨운 한가위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