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 달 푹푹 찌는 무더위 속에 몸은 지쳤지만, 파리로 날아가 보름 동안 분투했던 선수들의 활약은 시원한 청량감을 안겼습니다. 32개 메달의 기쁜 소식만큼이나 젊은 선수들의 당찬 소감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몇몇 대목에서는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을 살짝 엿보는 기분도 듭니다. "0점 쐈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다"(사격 김예지),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지”(사격 양지인), “메달을 땄다고 해서 (그 기분에) 젖어 있지 말고. 해 뜨면 다시 마릅니다.”(양궁 김우진), “저물어가는 건 저물어가고, 이제(차세대가) 새롭게 떠야죠.”(양궁 이우석)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과녁을 조준하는 김예지 선수 (출처 = 파리 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역사상 첫 번째로 '탄소중립' 올림픽을 슬로건으 내걸었다는 점입니다. 파리에서 첫 번째 올림픽이 열린 1924년 이후 100년간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파리의 7~8월 평균 기온은 3.1도 상승했습니다. 더욱이 최근 10년 동안 폭염은 2.7배 늘었고, 열대야도 100년 전보다 20배 이상 많아졌습니다. 이전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많은 선수들이 기록적인 무더위로 '열 스트레스'에 시달렸기에 이번 대회도 폭염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게 사실입니다.
"2024년 파리올림픽, 철골(Steel)은 잊어주세요. 이제부터 목재(Wood)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건축가 제이슨 로스가 호주의 목재 전문 매체 <우드센트럴(Woodcentral)>에 기고한 칼럼의 제목입니다. 프랑스 파리는 거대한 철골 구조물인 에펠탑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올림픽 개최 유치 당시 탄소 배출량을 이전 대회 대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한 프랑스는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며 관련 건물과 시설에 목재를 대대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알다시피 목재는 기본적으로 탄소를 흡수해 저장하고 있는 천연 재료이며 재생 가능합니다. 프랑스는 올림픽 경기장 중 95%를 기존 시설과 임시 시설을 활용하고, 새로 지은 수영장과 선수촌에는 대량의 목재를 사용했습니다.
올림픽을 치른 후 수영장은 해체하고 목재는 재활용할 예정이고, 6000채에 달하는 선수촌은 사회복지 주택으로 용도를 전환할 계획입니다. 1만 2000명가량 수용할 수 있는 메인프레스센터(MPC)에 설치된 두툼한 목재 바닥재는 올림픽 폐막 후 주택이나 학교를 짓는 재료로 재활용할 예정이고, 쉼터에서 관람객들에게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기 위해 놓은 테이블도 모두 재활용 목재로 만들어진 나무 팔레트들을 쌓아 올려 만들었습니다.
[관람객 쉼터에 설치된 목재 팔렛트 테이블 (출처 = 파리올림픽 홈페이지)]
목재를 건축에 사용하면 탄소를 장기적으로 저장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1997년 핀란드의 'Time for wood' 캠페인을 필두로, 스위스는 2009년 목재 자원 정책을 수립했고, 같은 해 캐나다는 목재우선법, 일본은 2010년 공공건축물의 목재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영국은 2011년 BES6001, 미국은 2017년 목재 혁신법, 프랑스는 2021년 지속가능성법 등을 제정해 우선적으로 공공건축물에 목재 이용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 목공 'DIY(Do it Yourself)' 열풍으로 목재 소비가 증가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 '목재의 지속 가능한 이용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때부터 산림청은 국민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국민의 목재 및 목재문화에 대한 인식과 목재를 이용하려는 노력은 어느 정도인지 지표화한 '목재문화지수'를 개발해 매년 결과를 발표합니다. 2023년 목재문화지수는 이전해 보다 0.2점 높아진 62.2점으로 나타났습니다.
과거 일본 시즈오카 대학에서 몇 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연구진은 철근을 넣은 콘크리트 상자와 아연철판으로 만든 금속 상자, 편백 목재로 만든 나무 상자 속에서 새끼 실험 쥐를 사육했습니다. 20일이 지난 뒤 콘크리트 상자에서 사육한 쥐의 생존율은 고작 7%로, 금속 상자 41%, 목재 상자 85%에 비해 현저히 낮았습니다. 이 외 실험의 결과와 원인을 분석한 내용은 『콘크리트의 역습』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국내에 소개됐습니다. 책 읽기 좋은 계절을 맞아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