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라이스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한 공병호 씨는 이후 국토개발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90년대 초 30대 초반의 나이였던 직장인 공 씨는 사회에서 평생 생존하려면 남들과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에 '학자가 할 수 없고 기자가 할 수 없는 것'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습니다. 이후 주말에도 출근해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저곳 수소문해 그렇게 쓴 글을 기고하기를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글 써서 몇 푼이나 버냐는 주변의 비웃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글을 기고하며 자기 이름 석 자를 브랜드로 만들어 갑니다.
[책 <명품인생을 만드는 10년 법칙> 표지 | 사진 = 공병호연구소]
책을 출간하며 작가로 들어선 1995년 중반 이후 그는 우리나라에서 자기 계발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퇴사 후 본인의 이름을 내건 공병호경영연구소를 설립하여 끊임없이 책을 출간하고, 연간 수백 회의 강연을 치렀습니다. 2006년 그는 어느 분야에서 일하든지 직업인으로서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이루는 법칙을 정리해 '명품인생을 위한 10년 법칙'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성공적인 10년 법칙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직장에 고용됐다는 생각을 버리라고 독자들에게 권했습니다. 이 책에는 그는 한 분야에서 전문가라는 호칭을 얻기 위해 최소 10년은 종사해야 한다는 '10년 법칙'에 대해 뇌과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적 근거를 제시합니다. 직장 생활을 직장인이 전문가로 더 단련하는 과정이라고 본 저자는 회사 간판이나 직급, 혹은 보수 보다 '전문성 축적'을 직업 선택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이어서 이 10년을 어떻게 보내느냐 따라 직업인으로서 설 수 있는 최정상의 자리, '전문가'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관리부 김대리가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 페이지 | 사진 = 화면 캡처]
며칠 전 관리부서 김은경 대리님이 본인의 블로그에 '10년의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게시글을 올렸습니다. 2014년 8월 19일에 회사에 입사해 오늘이 딱 10년째 되는 날이라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결혼 후 첫아이를 출산하며 전업주부로 살던 그녀는 늦둥이 둘째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자 다시금 내 인생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연락이 없어서 한동안 실의에 빠져 의기소침했던 때도 있었답니다.
[회사 강당에서 위험성 평가 사내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김대리 | (사진 = 우드코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하는 남편과 등교하는 아이들을 배웅하고 나니 '나도 가야 할 곳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다시 고개를 불쑥 내밀었습니다. 취업사이트를 통해 여러 군데 이력서를 보냈지만 도통 응답이 없자, 10년 동안 살림만 한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에게 오히려 당연한 반응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음을 비우고자 지리산을 찾아 여름휴가를 보내던 중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면접을 보게 된 회사가 유림목재였다고 합니다. 이후 재취업을 앞두고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로서 느꼈던 두려움과 출근 첫날 새겼던 포부, 그리고 삶의 중심이 '육아'에서 '업무'로 옮겨진 후 일어난 변화와 감회가 잔잔히 적혀있습니다.
[여름휴가맞이 사내 바자회에서 원하는 물품 뽑기에 성공한 김대리 | (사진 = 우드코디)]
10년 전 그녀의 면접관 중 한 명이었던 제가 본 지금의 그녀는 여전히 육아에 충실하고 일 욕심도 많은 당당한 커리어 우먼입니다. 지금은 일반 사무뿐만 아니라 회계, 대관, 총무 등 여러 업무를 두루 담당하고 있고, 때때로 취업사이트에 구인 공고를 올리고 입사지원자를 꼼꼼히 뜯어보는 면접관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2020년 12월 1일부터 꾸준히 본인의 업무를 SNS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관리 업무 실무를 주제로 책 한 권을 써보고 싶다고 합니다. 정말 이러다가 그녀가 경력단절 여성들의 롤 모델이자 작가가 되는 날이 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을 빌어 만약 첫 책을 낸다면 제목은 『관리부 김대리의 재직증명북』은 어떨지 조심스럽게 권해봅니다. 어찌 되든 그녀의 앞날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