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목재소 근무 3년 차 우드코디 SH입니다.
매주 목요일, 나무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경주에 다녀왔을 때
나무 그늘이 있고 없고의 차이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첨성대 근처 그늘 없는 땡볕에서는 조금만 걸어도
땀이 비 오듯 흘렀습니다.
하지만 나무가 우거진 석굴암으로 향하는 길은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비치는데도 시원했습니다.
석굴암과 첨성대처럼
오랜 시간을 지나온 경주의 유적을 둘러보다
문득 과거의 여름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에는
에어컨과 선풍기 없이 하루를 보내기가 쉽지 않은데.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었던 시절,
우리 조상들은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견뎠을까요?
옛사람들은 방 안의 공기를
원하는 온도로 낮출 수 없었습니다.
대신 강한 햇빛을 막고,
몸을 뜨거운 바닥에서 띄우고,
몸 주변으로 바람이 지날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한옥의 깊은 처마는
여름철 강한 햇빛이
집 안으로 직접 들어오는 것을 막았습니다.
문을 열어두면 마당에서 들어온 바람이
대청마루를 지나 집 안쪽까지 흘러들었습니다.
마당이나 나무 그늘 아래에는 평상을 놓아
몸을 뜨거워진 땅에서 띄우고,
바닥 아래로도 공기가 통하게 했습니다.
집 전체를 차갑게 만들 수는 없었지만,
햇빛을 피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자리를 찾아
더위를 견딘 것입니다.
이러한 원리는
몸 가까이에 두는 생활도구에도 이어졌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죽부인입니다.
죽부인은 가늘게 쪼갠 대나무를 엮어 만든
길고 둥근 원통 형태의 생활도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무더운 여름을 견디기 위해 사용해왔습니다.
죽부인은 속이 비어 있고
대나무 살 사이에 틈이 있습니다.
끌어안아도 이불이나 베개처럼
몸 전체에 밀착되지 않았습니다.
팔과 다리가 서로 맞닿는 것을 줄이고,
몸 가까이에 공기가 지날 작은 공간을 만들어주었습니다.
▲ 죽부인의 모습과 죽부인을 안고 휴식하는 모습.
(사진 출처: 나무위키, 네이버 블로그 ‘늘푸른솔’)
대나무가 스스로 찬 기운을 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솜이나 천처럼 몸을 푹 감싸지 않고,
매끄럽고 단단한 표면이 피부의 열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처음 닿았을 때 상대적으로 서늘하게 느껴집니다.
여기에 성글게 엮인 틈으로 공기까지 통하면서
몸에서 나온 열과 습기가 한곳에 머무는 것을 줄였습니다.
▲ 국립민속박물관에 전시된 목침과 죽부인, 평상, 부채 등의 여름 생활도구.
(사진 출처: 네이버 블로그 ‘에듀꼬모의 여행’)
목침과 죽침, 대자리와 평상도
형태와 쓰임은 서로 달랐지만,
몸을 두꺼운 천으로 감싸지 않았다는 점은 비슷했습니다.
몸과 바닥이 맞닿는 면적을 줄이거나
공기가 통할 공간을 남겨
열과 습기가 머무는 것을 덜어주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나무와 대나무가 가진 성질을 살펴
더운 계절에 알맞은 형태로 가공해 사용했습니다.
▲ 유림목재 본관에 설치된 샤벨 원목문. 여름철 습도가 높아지면서 문이 뻑뻑해졌다.
(사진 출처: 유림목재)
우리 조상들은 나무와 대나무의 성질을 이용해
더운 계절에 적응했습니다.
그런데 계절에 반응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닙니다.
문과 가구, 바닥이 되어
우리 생활공간에 들어온 나무 역시
주변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통원목으로 만든 문을 오래 사용하다 보면
건조한 계절에는 잘 닫히던 문이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는 문틀에 걸리기도 합니다.
반대로 겨울철이 되어 공기가 다시 건조해지면
문과 문틀 사이에 틈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 뻑뻑해진 원목문이 원활하게 닫히도록 경첩을 조정하는 모습.
현장에서도 여름철 습도가 높아지면
원목문이 뻑뻑해져 경첩을 조정하거나
문짝과 문틀 사이의 간격을 손보기도 합니다.
날씨가 더워서 나무가 늘어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내 목재의 움직임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온도 자체보다 공기 중의 습도입니다.
나무는 베어지고 건조된 뒤에도
주변의 수분과 완전히 단절되지 않습니다.
공기가 습해지면 수분을 받아들이며 조금 팽창하고,
건조해지면 수분을 내보내며 다시 수축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이러한 성질을 두고
‘나무가 숨을 쉰다’고 표현합니다.
▲ 아프젤리아 원목으로 제작한 백골문(왼쪽)과
마감 후 설치를 마친 원목문(오른쪽).
나무를 이해하고 사용한다는 것
원목을 사용한다는 것은
나무의 무늬와 색, 촉감만을 선택하는 일이 아닙니다.
계절에 따라 조금씩 움직이고,
자신이 놓인 공간의 습도에 반응하는
재료의 성질까지 함께 이해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원목을 다룰 때는
충분히 건조된 목재를 사용하고,
목재가 움직이는 방향과 그 여유를 고려해
가공하고 시공해야 합니다.
▲ 나뭇결 방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목재의 수축률.
(자료 출처: 산림청)
옛사람들은 나무와 대나무의 성질을 이용해
무더운 계절을 견뎠습니다.
그리고 문과 가구, 바닥이 되어
계절에 따라 수분을 받아들이고 내보내며
조금씩 움직입니다.
사람이 계절에 맞게 나무를 사용해온 것처럼,
나무를 오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그 움직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
🏖️ 유림목재 하계휴가 안내
2026년 07월 29일(수) ~ 07월 31일(금)
정상 업무 시작: 8월 3일 (월)
저희 목재소는 현재 김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꼭 나무를 찾으러 오시는 것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언제든지 편하게 방문해 주시면, 저희가 성심껏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방문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
[유림목재 & 데일리포레스트]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