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목재소 근무 3년 차 우드코디 SH입니다.
매주 목요일, 나무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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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일지 《유용하고 무용하다》 전시장. 도자 작품과 목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다. (사진출처 : 우드코디 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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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우드코디 SH입니다.
이번 주말, 유림목재도 함께한 인사동 '갤러리 일지'에서
열린 도자전시 《유용하고 무용하다》에 다녀왔습니다.
전시를 보고 나온 뒤, 자연스럽게 인사동 문화의 거리 건너편에 있는
'서울공예박물관'에도 들르게 되었습니다.
‘공예박물관’이라는 이름이 궁금해서 들어갔을 뿐인데,
그런데 그곳에서 생각보다 오래 머물게 된 전시가 있었습니다.
《자연에서 공예로 - 장인(匠人), 공예의 전통을 만들다》 중
《나전칠기의 오색찬란함을 재현하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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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동 문화의 거리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는 서울공예박물관. (사진출처 : 우드코디 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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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는 현존하는 고려 나전경함 총 아홉 점 중
국내에 유일하게 보존되어 있는
'보물 제1975호'를 오늘날의 네 명의 장인이 2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협업하여 재현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보통 나전칠기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솔직히 어릴 때 할머니 집에서 보던
자개장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화려하지만 오래된 것.
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전시를 보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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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동집 현장의 기존 자개장의 일부를 활용해 디자인한 현관과, 공예박물관에 전시된 자개장.
(사진출처 : 우드코디 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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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는 *백골 상태에서 나전칠기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20단계로 나누어 보여주는 시편이 있었습니다.
백골에서 시작해 마지막 공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각 단계마다 실제 시편이 놓여 있었습니다.
*백골 : 완성품의 바탕이 되는 나무 골격.
쉽게 말해 자개와 옻칠이 올라가기 전의 나무 형태를 말합니다.
“이건 대체 어떤 공정의 순서로 만들어질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한 공정씩 나누어 보니 생각보다 훨씬 긴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공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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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전칠기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시편. 왼쪽은 1단계 백골 , 오른쪽은 20단계 완성 단계. (사진출처 : 우드코디 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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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골에서 완성까지, 나전칠기 제작 과정을 20단계로 나누어 보여주는 시편.
(사진출처 : 우드코디 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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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칠기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는 것은 백골 제작입니다.
소목장이 나무를 다듬어 기물의 기본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옻칠과 자개 장식이 더해집니다.
전시 영상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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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전경함의 바탕이 되는 백골. 자개와 옻칠이 올라가기 전의 나무 골격이다.
(사진출처 : 우드코디 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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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에서는 아교를 사용해 부재를 붙이고,
클램프가 아닌 끈으로 조여 고정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그중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판재를 고정해놓고,
큰톱으로 두께를 맞추는 장면이었습니다.
우리는 원목을 제재하고, 이후 판재는 기계대패를 통해
평을 잡고 두께를 맞추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영상 속 소목장님은 전통 방식 그대로
수공구를 사용해 두께를 맞추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기계가 해주는 일을,
과거에는 장인의 손과 눈으로 맞췄다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현재 제 입장에서는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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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계대패로 두께를 맞추는 모습. (사진출처 : 우드코디 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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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방식으로 판재의 두께를 맞추는 장면. 큰톱을 사용하는 모습이 특히 인상 깊었다.
(사진출처 : 우드코디 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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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 단순한 도장이 아니라 시간을 입히는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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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며 또 하나 궁금했던 것은 옻칠이었습니다.
옻은 옻나무에 상처를 내어 얻은 수액을 정제해 사용하는 천연 도료입니다.
다만 생옻에는 '우루시올'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사람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까다로운 재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왜 옛 장인들은 옻칠을 사용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나무로 만든 기물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옻칠만의 특징은 있습니다
옻칠은 옻나무 수액의 우루시올 성분이 경화되면서
단단한 막을 만들고,
전통적으로 방수·방부성 때문에 쓰였다고 설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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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옻칠 공정의 단계를 보여주는 시편. (사진출처 : 우드코디 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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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옻칠은 한 번 바르고 끝나는 마감이 아니었습니다.
칠하고, 말리고, 다시 칠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표면은 점점 단단해지고,
옻칠 특유의 깊은 광택도 만들어집니다.
또 국립중앙박물관은 칠공예를 “시간의 예술”로 설명하며,
옻을 도료로 만들고 칠과 건조를 반복하는 과정에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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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옻칠의 종류와 혼합 칠의 제조 과정을 설명한 전시 자료. (사진출처 : 우드코디 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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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해설 중 특히 기억에 남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중국산 옻칠은 kg당 7~8만 원 정도,
원주산 옻칠은 kg당 70~80만 원 정도로
거의 10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자세한 품질 차이까지 모두 알 수는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목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재도 같은 수종이라도 산지와 품질,수령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듯,
옻칠도 자연물이기 때문에 산지와 채취 방식, 정제 과정따라
이런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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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옻나무와 옻을 채취할 때 생긴 흠집. 옻 채취 도구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사진출처 : 우드코디 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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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개와 색패의 모습. 해외 각패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사진출처 : 우드코디 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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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에는 전복, 소라, 진주조개 등 여러 패류의 껍데기가 사용됩니다.
조선시대까지는 제주와 통영을 비롯한
국내산 전복패가 주요 재료로 쓰였고,
근대 이후에는 여러 나라에서 들어온
*패각도 함께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패각 : 조개나 전복, 소라의 껍데기. 얇게 갈아 자개 문양을 만드는 재료를 말한다.
이 부분을 보면서 전통 공예도 한자리에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법은 이어지지만, 사용하는 재료는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얻은 자연 재료로 시작된 공예가,
시간이 지나며 세계 각지의 재료와 만나 계속 이어져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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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선과 자개를 붙인 과정을 보여주는 나전경함의 모습. (사진출처 : 우드코디 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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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목장, 칠장, 나전장, 두석장의 도구들. (사진출처 : 우드코디 S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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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를 보며 나전칠기는 목재, 옻칠, 금속, 조개껍데기가
'각 공정의 장인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무로 백골을 만들고, 옻칠로 표면을 다지고,
조개껍데기로 문양을 만들고, 황동선으로 선을 더합니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들이 장인의 손을 거쳐
하나의 공예품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 고려 나전경함은 광을 많이 잃었지만,
네 명의 장인이 함께 재현한 나전경함은
당시의 아름다움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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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전경함 (螺鈿經函) , 보물 1975호 . 고려 후기 품. (사진출처 : 국가유산포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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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전 모란넝쿨 무늬 경함 (사진출처 : 서울공예박물관, SeMoC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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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지킨다는 것이 꼭 과거의 재료와 방식만
그대로 붙잡는 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시대가 바뀌며 들어온 재료를 받아들이면서도,
그 안에서 자기만의 방식과 기법을 이어가는 것도
전통의 한 모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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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대한 매력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3년 차 우드코디 SH입니다.
목재에 대해 배우며 느낀 점을 여러분께 나누고 싶어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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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목재소는 현재 김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꼭 나무를 찾으러 오시는 것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언제든지 편하게 방문해 주시면, 저희가 성심껏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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