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목재소 근무 2년 차 우드코디 SH입니다.
매주 목요일, 나무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며칠 전, 건축공학과 학부생 네 분이 유림목재에 견학을 오셨습니다.
본관에서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방문 배경을 여쭤보니,
‘건축 자재의 물성’을 조사하는 과제가 있다고 하시더군요.
많은 소재 중에서 목재를 선택한 이유를 들어보니,
다른 자재는 학교에서 자주 다뤄봤지만
목재는 오히려 더 생소해서 직접 보고 싶었다고 하셨습니다.
어디서부터 설명을 드릴까 잠시 고민했지만,
역시 목재는 직접 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학생분들과 함께 본관 사무실 앞
HQ-1동 숙성창고로 이동했습니다.
우드슬랩과 북미산 목재들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학생분들은 곧바로 질문을 주셨습니다.
▲ 본관 앞 HQ-1동 숙성창고.
첫 질문은 “이곳에서 많이 쓰이는 수종이 무엇인가요?”였습니다.
저는 상담을 하면서 늘 느꼈던 그대로 답해드렸습니다.
“최근에는 북미산 목재, 특히 오크를 많이 찾습니다.
'레드오크(Red Oak)'와 '화이트오크(White Oak)'가 대표적이고
주로 마감재나 가구재로 사용됩니다.”
그러자 학생분들은 바로 다음 질문을 이어가셨습니다.
“그럼 오크는 외장에도 사용할 수 있나요?
레드오크와 화이트오크는 어떻게 다른가요?”
그 자리에서는 간단히 설명을 드렸지만,
돌아와 보니 이 부분은 조금 더 정확하게
정리하는게 좋겠다 싶었습니다.
레드오크와 화이트오크는 색상으로도 차이를 알아 볼 수 있지만.
레드오크와 화이트오크는 같은 오크류지만,
도관 구조의 차이 때문에 외장재 사용 여부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레드오크는 도관이 뚫려 있는 개방공 구조라
비를 맞으면 수분이 그대로 내부까지 스며듭니다.
그래서 외장에 쓰면 변색이 빠르게 진행되고,
심하면 시커멓게까지 번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선배님께서도 예전에 덕은동 공장 시절,
사무실 문을 레드오크로 시공했던 경험을 들려주신 적이 있습니다.
케노피가 있었음에도 비를 꾸준히 맞았던 곳은
표면의 색이 변색되고 시커멓게 번지는과정을
직접 지켜봤던 터라 “레드오크는 외장재로는 NO”라고 하셨습니다.
▲ 유림목재 덕은동 시절, 시공된 레드오크 문짝.
반면 화이트오크는 도관을 막아주는 '*타일로시스(tyloses)'가 잘 발달해 있어
물이 내부로 쉽게 침투하지 못합니다.
이 덕분에 예전부터 술통·선박·실외 구조재 등
물과 접촉이 잦은 용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용됐습니다.
결국 같은 오크라도 수분에 대한 반응성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레드오크는 실내용, 화이트오크는 상황에 따라 실외까지
가능한 것으로 용도가 명확하게 나뉩니다.
*타일로시스(tyloses) : 나무의 도관 속을 메워 물의 이동을 막는 세포 돌기.
▲ 레드오크(RED OAK) 단면.
▲ 화이트 오크(WHITE OAK) 단면 / 타일로시스(tyloses)가 차있는 모습.
▲ HQ-1동에 있는 북미산 월넛.
이어서 학생분들은 쌓여 있는 특수목 원목들을 보며 또 질문을 주셨습니다.
“이런 나무들은 구조용으로도 쓰이나요?”
저희는 주로 특수목을 다루고, 특수목은 인테리어 마감재나 가구재로 쓰이며,
구조재는 별도의 전용 규격을 가진 침엽수(SPF, 더글라스퍼 등)가
사용된다고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다음 질문이 저에게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목재는 변형되지 않나요?
그런데 왜 캐나다나 미국은 목조주택이 많은 건가요?”
그 자리에서는 완벽하게 설명해 드리진 못했지만,
견학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내내
이 질문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정리해보았습니다.
건조가 잘 되어진 치수 안정화가 된 목재도 기온·습도 변화에 따라 움직임은 있지만,
구조재는 그 움직임을 최소화하도록 건조·등급·규격이 관리된 자재입니다.
'SPF나 더글라스퍼' 같은 구조용 목재는
처음 생산 단계부터 강도·건조·치수 기준을 통과하도록
설계된 전용 구조재로 만들어집니다.
특히 북미를 중심으로 전 세계 공급 체계가 완전히 표준화되어 있어
같은 등급의 구조목이라면 어느 나라에서 쓰더라도 품질과 규격이 동일합니다.
▲ 선별중인 스프르스(Spruce)와 하이그래드(Western Hemlock).
북미 지역은 단순히 ‘목재가 좋아서’ 목조주택을 짓는 것이 아닙니다.
환경·자원·주거문화까지 목구조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북미는 전반적으로 건조한 기후여서 사계절 습도 변화가 크지 않습니다.
덕분에 목재의 수축·팽창 폭이 작아 구조재로 사용할 때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또한 전 세계 구조용 제재목의 상당량을 북미에서 생산합니다.
대표적인 구조용 수종인 'SPF(Spruce-Pine-Fir)'는
가격, 강도, 공급 모두 안정적이어서
구조재 시장의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현지 생산량이 워낙 많다 보니 자재비도 합리적이고,
목조 프레이밍 공정 역시 산업 전반에 표준화되어 있어 시공 속도도 빠릅니다.
크레인보다는 인력 중심의 작업이 가능해 인건비 효율도 좋습니다.
결국 북미에서는 환경, 자원, 시공 시스템이 모두 목구조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목조주택이 자연스럽게 주류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이날 학생분들과 대화를 나누며
제가 알고 있던 것들, 그리고 놓치고 있던 부분들을
점검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상담하다 보면 새로운 질문들이 계속 나올 텐데,
그때마다 조금씩 배우며
찾아오시는 분들께 더 정확한 답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나무, 목재라는 재료는 형태는 같아 보여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용도와 성질이 완전히 달라지니
알면 알수록 정말 어렵고 깊은 분야인 것 같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
▲ 2019년 노르웨이 건축기업 모엘벤이 부루문달에 지은 고층 목조건물 미에스토르네. 높이 85.4m(18층)로 건축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건물이었다.
( 사진출처 : MOELV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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