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잘 건조된 목재라도 습기에 따라 모양이 달라집니다. 가구의 문짝이 여름에는 빡빡하고 겨울에는 헐거워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나무는 잘려나간 뒤에도 여전히 숨을 쉬며, 주변 공기 속의 수분을 들이마시고 내뿜습니다.
앞선 글에서 건물의 숨길과 나무의 숨 고르기를 살폈다면, 이번 편에서는 목재 자체가 어떻게 호흡하는지를 다룹니다. 왜 나무는 계절마다 달라지는가. 그 움직임을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목공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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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젤리아 수종 원목으로 만든 백골문(왼쪽), 마감 처리 후 설치된 원목문(오른쪽)
( 사진출처 : 우드코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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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들은 나무가 일으키는 변형을 ‘뒤틀림(warp)’이라 부릅니다. 판재의 가운데가 미소 짓듯 휘어지면 컵(cup), 길이 방향으로 활처럼 휘면 보우(bow), 위에서 봤을 때 옆으로 구부러지면 크룩(crook), 네 모서리가 비틀리면 트위스트(twist)라고 합니다.
그리고 건조 과정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갈라짐, 즉 체킹(checking)은 수분이 가장 빨리 빠져나가는 단면(端面, end grain)에서 시작됩니다. 길이 방향(결 방향)으로의 수분 이동 속도가 폭 방향(방사/접선 방향)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속도 차이로 인해 판재의 끝부분이 먼저 수축하면서 미세한 균열이 생깁니다.
이 모든 변형은 불량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나무가 환경에 적응하며 스스로 균형을 찾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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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축과 팽윤 현상에 따라 달라지는 목재의 형상
( 사진출처 : woodworkingmagazin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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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의 수축은 모든 방향에서 동일하지 않습니다. 나무의 세포 구조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축률에도 차이가 생깁니다. 나무는 나이테를 따라 둥글게 수축합니다. 이 방향에서 수축이 가장 심합니다. 나이테를 가로지르는 방향은 그 절반 정도입니다. 결 방향, 즉 세로로는 거의 줄어들지 않습니다. 약 0.1%에 불과합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나이테를 따라 둥글게 도는 방향은 목재 과학에서 접선 방향(tangential)이라 하며, 이 경우 6~10% 정도 줄어듭니다. 폭이 30cm인 판재라면 겨울철에 최대 2cm까지 수축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나이테를 가로지르는 방사 방향(radial)은 3~5% 정도로 그 절반 수준입니다. 반면 결 방향(longitudinal)은 0.1~0.2%에 불과하여, 길이 2m인 판재가 고작 2mm 정도만 움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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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향별 목재수축률 ( 사진출처 : 산림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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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목재는 철이나 플라스틱 같은 등방성 재료(모든 방향이 균일한 재료)가 아니라, 살아 있는 조직처럼 비대칭적으로 반응하는 이방성 재료입니다. 그래서 같은 나무판이라도 제재 방식에 따라 움직임이 다릅니다. 연륜을 평면으로 자른 평판제재(flatsawn)는 수축 차이가 크기 때문에, 나이테를 세로로 자른 사분원제재(quartersawn)보다 뒤틀림이 심합니다.
밀도가 높을수록 수축도 커집니다. 이 모든 요소가 겹쳐져, 목재의 치수 변화는 단순한 물리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재질적 변수들의 합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같은 나무로 만든 가구라도 어떻게 제재하고 건조했느냐에 따라 수명이 달라집니다. 값싼 가구가 빨리 망가지는 이유는 목재 자체가 나빠서가 아니라, 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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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종과 형상, 원목의 상태에 따라 제재 방법이 다르다 ( 사진출처 : 우드코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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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 과학에서는 이를 섬유포화점(FSP, Fiber Saturation Point)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나무 세포벽은 물로 꽉 차 있지만 세포 안쪽의 빈 공간에는 물이 없는 상태입니다. 스펀지가 물을 가득 머금어 더 이상 흡수하지 못하는 순간과 같습니다. 함수율로는 약 30% 정도입니다. 이 지점 아래로 떨어지면 나무는 비로소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목재의 함수율은 항상 주변 공기의 상대습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공기 중 습도와 균형을 이루는 상태를 평형함수율(EMC)이라고 합니다. 습도가 높으면 나무는 수분을 흡수하고, 건조하면 수분을 방출합니다. 마치 날씨에 따라 옷차림을 바꾸듯, 나무도 주변 환경에 맞춰 스스로를 조정합니다.
이 과정은 천천히 반복되며, 목재는 계절에 따라 팽창과 수축을 되풀이합니다. 그래서 여름에 빡빡하던 서랍이 겨울에는 헐거워지고, 겨울에 딱 맞던 문짝이 장마철에는 잘 닫히지 않습니다. 이는 고장이 아니라, 나무가 계절을 따라 숨 쉬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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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세포의 확대 단면: 자유수(Free Water)와 결합수(Bound Water)는
나무의 습기 흡수와 수축, 팽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 사진출처 : core77.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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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움직임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예측하고, 설계할 수는 있습니다. 옛 장인들은 짜맞춤 방식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전통 가구의 문짝과 서랍을 보면, 넓은 판재를 틀에 못 박지 않고 홈(groove) 속에 살짝 끼워 넣었습니다.
판재는 홈 안에서 자유롭게 미끄러지며 팽창하거나 수축합니다. 틀은 고정되고, 안쪽 판재만 숨을 쉽니다. 이것이 바로 프레임-앤-패널(frame-and-panel)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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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임-앤-패널(frame-and-panel) 구조 ( 사진출처 : woodcraft.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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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은 얼마나 남겨야 할까요? 노련한 북미의 목수들은 유격을 재는 도구로 동전을 사용했습니다. 겨울에는 두꺼운 니켈(약 1.95mm)을, 여름에는 얇은 다임(약 1.35mm)을 썼습니다.
국내 현장에서도 비슷한 지혜가 있습니다. 연륜 있는 목수들은 10원, 100원, 500원짜리 동전을 주머니에 넣고 다닙니다. 마루재나 사이딩을 연속으로 시공할 때 일일이 자로 재는 대신, 그날의 온습도와 계절을 보고 적당한 동전을 틈 사이에 끼워가며 간격을 맞춥니다. 빠르고, 정확하며, 몸으로 익힌 감각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장인의 손은 같은 리듬을 알고 있었습니다. 계절의 리듬을 계산한 이 작은 간격이 가구의 수명을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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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수가 원목마루를 시공하고 있다 ( 사진출처 : 우드코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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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를 건축재나 가구재로 쓰려면, 건조(drying) 과정이 필수입니다. 수분이 너무 많으면 접착이 약해지고, 마감재도 제대로 먹지 않습니다. 반면 너무 급하게 말리면 세포벽 안팎의 수분 농도 차이 때문에 바깥층이 먼저 수축하면서 안쪽이 팽창하려는 힘과 충돌해 '응력(stress)'이 생깁니다. 이를 방치하면 판재가 휘거나 터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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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건조(air-dry) 단계를 거치는 이로코 수종의 함수율을 측정하는 기술자 ( 사진출처 : 우드코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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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재소의 건조실(킬른)은 단순히 뜨거운 방이 아닙니다. 온도, 습도, 공기 흐름을 끊임없이 조절하는 하나의 조율 시스템입니다. 숙련된 건조 기술자는 일정 간격으로 판재를 잘라 단면을 관찰합니다. 그 단면의 색 변화나 미세 균열이 곧 나무의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이처럼 세심한 조율이 결국 균형 잡힌 응력을 만들고, 그 결과로 얻어지는 목재가 뒤틀림이 적고 마감이 고운 고급재입니다. 목재를 구입할 때 "킬른 드라이(kiln dried)" 표시를 확인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제대로 건조된 목재는 이미 응력이 해소되어 있어, 집에 들인 후에도 안정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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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건조 과정을 거쳐 기건(air-dried) 상태에 도달한 목재는
건조가마(kiln)에 입로되어 인공건조(kiln dry) 단계로 돌입한다
( 사진출처 : 우드코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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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완벽하게 건조해도 목재는 다시 주변 공기에 반응합니다. 그래서 목수들은 마감재(finish)를 칠해 수분의 이동을 늦춥니다. 단, 마감은 수분 교환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저 속도를 늦출 뿐입니다. 그래서 좋은 목제품일수록 모든 면을 균일하게 마감합니다. 보이지 않는 뒷면이나 바닥면까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나무가 모든 방향에서 고르게 호흡하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결국 핵심은 움직임을 막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앞서 본 프레임-앤-패널 구조가 바로 그 예입니다. 서랍, 문짝, 벽 패널 같은 가구에서 패널은 프레임에 못이나 접착제로 고정하지 않고, 홈 속에서 살짝 떠 있도록 설계합니다. 이렇게 하면 나무가 계절에 따라 팽창하거나 수축하더라도 전체 구조는 변형 없이 제자리를 유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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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의 수축과 팽창은 자연의 언어입니다. 이를 억누르려는 시도는 언제나 실패로 끝납니다. 진정한 목공의 기술은 나무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그 리듬을 구조 속에 품는 일입니다.
그리고 목제품을 사용하는 우리도 이 리듬을 존중해야 합니다. 나무 가구나 마루를 오래 사용하고 싶다면, 환경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실내에서는 함수율 6~11%, 실외에서는 12~15%가 나무가 편안하게 숨 쉬는 범위입니다.
따라서 목제품을 지나치게 습한 곳에 두거나, 직사광선에 오래 노출시키거나, 난방기구 바로 옆에 놓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여름철 장마에 창문을 열어둔 1층 거실, 겨울철 보일러 배관 위의 마루, 베란다 한쪽 구석에 방치된 목재 가구. 이런 환경은 나무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줍니다. 급격한 함수율 변화는 갈라짐과 뒤틀림을 부릅니다.
문짝과 프레임 사이의 1.5mm 틈, 서랍이 밀고 들어갔다 빠질 때의 미세한 저항감. 그 모든 것이 계산된 호흡입니다. 장인이 남겨둔 이 여유를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목제품과 오래 함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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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나무(aromatic cedar) 수종으로 제작한 원목테이블
( 사진출처 : 우드코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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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무를 이해한다는 것은 자연의 변화와 함께 호흡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입니다. 수축과 팽창은 단점이 아니라 생명력의 표현입니다. 우리가 그 움직임을 받아들이고 적절한 환경을 제공할 때, 그 가구는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그리고 더 아름답게 존재합니다.
균질한 물성을 가진 인공 재료 덕분에 생활은 편리해졌지만, 고유의 물성을 가진 자연 재료에 대한 우리의 감각은 무뎌졌습니다. 자연 재료가 발효된 건강한 음식을 느긋하게 먹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러나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화학 조미료가 들어간 인스턴트 식품을 자주 먹게 됩니다.
좋은 목재를 만들려면 긴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목제품을 사용하면서 손때가 묻어날수록 나무는 숙성됩니다. 물성은 더욱 안정되고 색상도 짙게 우러납니다. 결국 나무를 쓴다는 것은 이해와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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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켜고, 깎고, 다듬는 건 익숙한데 글은 쓸 때마다 골치 아픈 우드코디BJ입니다.
그래도 나무를 좋아하고, 목재를 좋아하실 여러분과 소통하고 싶어 오늘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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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목재소는 현재 김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꼭 나무를 찾으러 오시는 것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언제든지 편하게 방문해 주시면, 저희가 성심껏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방문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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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목재 & 데일리포레스트woodstore@naver.com경기도 김포시 양촌읍 구래로 124 (양촌읍) 02 - 3158 - 3131수신거부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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