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5년 침체를 넘어 새로운 도약의 청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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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지금, 목재는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소재입니다. 나무는 자라는 동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베어진 후에도 건축 자재나 가구로 쓰이며 수십 년간 탄소를 저장합니다. 콘크리트나 철강과 달리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습니다.
독일은 이미 목재산업 규모가 벤츠와 BMW를 합친 것보다 큽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3퍼센트가 산림이지만, 목재산업은 연 매출 48조 원으로 전체 산업의 1.7퍼센트에 불과하죠. 거대한 잠재력과 초라한 현실 사이의 간극. 그 간극을 메워야 할 자리에 서 있어야 할 행사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목재산업박람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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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펀(KOFURN)과 공동 개최된 2025 대한민국 목재산업박람회 포스터.
(사진출처 : 산림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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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8일부터 31일까지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제15회 대한민국 목재산업박람회가 열렸습니다. 15년이면 결코 짧지 않은 전통입니다. 개막식에는 국회의원과 광주시장, 산림청 차장 등 30여 명의 내빈이 참석해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목재의 날 기념식이 함께 열렸고, 목재산업대상 시상식도 진행됐습니다. 언뜻 보면 성황리에 마무리된 듯합니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참가한 기관과 단체, 기업은 30여 곳에 불과했습니다. 목표했던 160개 부스조차 채우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뼈아픈 지적은 목재산업단체총연합회 소속 단체들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박람회를 주관하는 총연합회의 회원 단체들이 외면한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냉정했습니다. "차라리 열지 않는 편이 낫다"는 목소리까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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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이번 박람회는 독립 개최가 불가능했습니다. 제36회 코리아국제가구 및 인테리어산업대전, 일명 코펀이라는 가구 전시회와 함께 열렸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코펀 전시장 안에서 목재산업박람회가 쇼인쇼 형태로 운영됐습니다. 킨텍스 7홀과 8홀 전체를 사용한 코펀 전시장의 한구석, 8홀 일부에 목재산업 부스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배치도를 보면 녹색 테두리로 표시된 목재산업박람회 구역이 전체 전시장의 15에서 20퍼센트 정도를 차지할 뿐입니다.
가구와 인테리어를 보러 온 참관객들이 우연히 목재 부스를 지나가기를 바라는 수동적 전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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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펀 전시장 내 녹색 테두리 부분이 목재산업박람회 구역
(사진출처 : 목재산업박람회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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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됐을까요. 냉각된 경기 탓도 있습니다. 건축과 인테리어 수요가 줄면서 목재 관련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 탓만으로는 설명이 안 됩니다. 같은 기간에 열린 코펀은 수백 개 부스를 채웠죠.
문제는 박람회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박람회는 원래 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고, 신기술과 신제품을 소개하며, 업계가 결속하는 무대여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목재산업박람회는 화려한 개막식과 상장 수여 행사에 가려져 목재의 날 부대 행사로 전락한 느낌입니다. 중견 기업의 참여가 없고, 혁신적인 전시도 드뭅니다. 박람회 본연의 취지가 흐려졌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무엇을 놓쳤을까요. 박람회가 실패한 이유는 단순히 경기 탓이나 의지 부족만이 아닙니다. 활용할 수 있었던 핵심 자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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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목재공간대전의 실증 데이터.
한국임업진흥원(KOFPI)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목재 건축과 인테리어가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국내 유일의 목재 실증 사례 아카이브입니다. 올해로 3회를 맞았고, 건축사무소와 인테리어 전문 기업들이 참여해 목조 건축과 목재 인테리어의 우수 사례를 제출했습니다. 대상을 받은 N작가주택을 비롯해 총 7점의 작품이 선정됐습니다. 각 작품마다 설계 도면과 시공 사진, 목재 사용에 대한 상세 설명 자료가 갖춰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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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목조공간대전' 대상 수상작 < N작가주택> (사진출처 : 임업진흥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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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보물과도 같은 콘텐츠입니다. "목재로 이런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실증 데이터이기 때문입니다. 탄소중립 시대에 목재 건축과 인테리어가 왜 중요한지를 일반 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자료입니다.
그런데 이 자료가 박람회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습니다. 목재공간대전 시상식은 박람회 현장에서 열렸지만, 수상작들을 전시하거나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었습니다. 귀중한 자료가 그냥 묻혀버린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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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목조공간대전' 대상 수상작 < N작가주택> (사진출처 : 임업진흥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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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 목공방 창업 열풍이 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뛰어들었고, 거품이 꺼진 후 실력을 갖춘 소수의 메이커들이 남았습니다. 이들은 작은 공방에서 주문 제작 가구를 만듭니다. 규모는 영세하지만, 기술력과 창의성은 뛰어납니다.
문제는 이들이 홍보와 마케팅, 영업까지 혼자 도맡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쇼룸을 운영할 여력도 없습니다. 시장은 작고, 성장은 더딥니다.
그런데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입니다. 리바트(LIVART) 같은 가구 대기업들이 수제 작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대량 생산 가구와 차별화하기 위해 커스텀 메이드 라인을 강화하면서, 소규모 메이커들과의 협업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이들 메이커에게 필요한 것은 노출 기회입니다.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고, 잠재 고객과 대기업 바이어를 만날 수 있는 장. 목재산업박람회가 바로 그 장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박람회에서 수제가구 메이커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노력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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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공간대전의 실증 사례와 수제가구 메이커의 창작품. 이 두 가지는 목재산업박람회가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핵심 콘텐츠입니다. 전문 업체들의 목공기계와 목자재만으로는 일반인의 흥미를 끌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은 완성품을 봅니다. 아름다운 목조 건축 공간과 감각적인 원목 가구를 보고 감탄합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이게 목재로 만든 거예요?" "어디서 살 수 있어요?" 바로 그 순간, 목재에 대한 관심이 생깁니다. 그다음에 원자재와 기술, 산업 이야기가 들어가야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순서를 거꾸로 했습니다. 원자재부터 보여주려 했고, 완성품은 없었습니다. 당연히 관람객은 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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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잘 설계된 박람회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경험의 여정'입니다. 관람객은 무작위로 걷는 것이 아니라, 기획자가 설계한 동선을 따라 이동하며 점차 산업의 전체 구조를 이해하게 됩니다. 완성품에서 원자재로, 감탄에서 이해로, 관심의 단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된 흐름. 그 흐름이 관람을 하나의 스토리로 만듭니다.
핵심은 '계획된 동선'입니다. 관람객이 입장한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유도하고, 각 구역에서 다음 구역으로 이어지는 호기심을 만드는 것. 이것이 박람회를 '보는 공간'이 아니라 '경험하는 여정'으로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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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홀 전체를 하나의 큰 사각형 공간으로 가정해보죠. 하단 중앙이 주출입구 방향입니다.
관람객이 입장하면 즉시 두 갈래 길이 보입니다. 왼쪽은 건축과 인테리어 관심층을 위한 동선, 오른쪽은 가구와 소품 관심층을 위한 동선입니다. 안내 데스크에서 색깔별 화살표로 동선을 안내합니다.
왼쪽 동선은 목재공간대전 수상작 전시로 시작합니다. 대형 패널에 목재가 사용된 주거·상업·사무·조경 공간의 사진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사진 속 QR 코드를 스캔하면 설계 도면이나 시공 과정 자료, 사용된 목재 종류나 관련 기사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볼 수 있습니다. '일상 공간에서 목재가 이렇게 쓰일 수 있구나'를 체험하는 구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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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목조공간대전' 대상 수상작 < N작가주택> (사진출처 : 임업진흥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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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섹션으로 넘어가면 건축과 인테리어 전문 회사 부스들이 나옵니다. 목재공간대전 공모전에 참여했던 건축사무소들에게 우선 참가권을 줍니다. 이들은 자신의 프로젝트를 상담해줄 준비가 돼 있습니다. "우리 집도 목재로 인테리어 리모델링할 수 있나요?"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즉석 상담이 가능합니다. 소규모 미팅 룸도 마련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합니다.
오른쪽 동선을 선택한 관람객들은 바로 수제 원목가구 및 원목소품 전시 부스를 만납니다. 우드워커 갤러리라는 이름의 너른 부스에서 각 메이커들은 자신의 대표작을 전시하고, 라이브 목공 시연도 합니다. 책꽂이, 작은 테이블, 액자 같은 소품들은 현장에서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관람객은 메이커와 직접 대화하며 주문 제작을 의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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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섹션에서는 전국 대학의 가구 및 목공예 관련 학과 부스들을 만납니다. 학생들의 졸업 작품이 전시돼 있습니다. 목공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몰리는 구역입니다.
두 동선은 각각 벽을 따라 진행되다가 홀의 뒷편인 상단에서 만나며 관람객들은 중앙 홀로 유입됩니다. 그동안 파티션으로 가려져 있던 중앙 공간이 열리는 순간입니다.
그곳에는 목재 원자재 업체들의 부스가 있습니다. 국산 목재를 공급하는 산림조합, 수입 목재를 다루는 유통 회사들이 샘플을 전시합니다. 완성품을 보고 감탄했던 관람객들이 이제 그 재료를 만납니다. '저 카페 천장에 쓰인 게 이 소나무 판재였구나.' '이 원목으로 테이블을 만들 수 있겠네.' 완성품에서 원자재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중앙 홀에는 목재의 날 기념식 무대도 있고, 비즈니스 네트워킹 존도 마련돼 있습니다. 건축 회사와 목재 업체가 상담하고, 가구 대기업 바이어가 수제가구 메이커를 만납니다. 산업 생태계 전체가 연결되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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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계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관람객의 관심사에 따라 동선을 분리해
혼잡을 줄이고 만족도를 높입니다.
둘째, 완성품부터 보여줘서 목재에 대한 흥미를 끌어낸 뒤
원자재로 연결하는 계층적 구조를 만듭니다.
셋째, 단순 전시가 아니라 상담, 체험, 구매,
네트워킹이 모두 가능한 통합 플랫폼으로 작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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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실행에는 과제가 많습니다. 우선 참가자를 모아야 합니다. 수제가구 메이커 30에서 40곳을 어떻게 모을 것인가, 여기서 목재 전문 매체와의 협업이 필요합니다. 메이커 커뮤니티와 연결돼 있는 매체가 모집 창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저렴한 부스비나 판매 수수료 면제 같은 혜택도 제공해야 합니다. 목재공간대전 참여 업체들에게는 박람회 부스 우선권을 줘서 공모전과 박람회를 연계합니다.
비용 문제도 있습니다. 킨텍스 홀 하나를 독점 사용하려면 큰 예산이 듭니다. 산림청의 전폭적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또는 코펀이나 건축박람회와 같은 주간에 열되 각자 독립된 홀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나눌 수도 있습니다. 공동 마케팅은 하되 각자 정체성은 유지하는 전략입니다.
기후 위기 대응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지금, 목재는 탄소 저장과 지속가능한 건축의 핵심 자원입니다. 이러한 목재의 가치를 사회에 알리는 일은 더 이상 산업계만의 몫이 아닙니다. 산림청을 비롯한 정부 부처는 목재산업박람회를 탄소중립 정책의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는 무대로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민간 기업들도 단기 수익만 보지 말고 지속가능한 소재로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동참해야 합니다. 2026년 박람회가 그 전환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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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림청과 목재산업협·단체 관계자들이 전시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출처 : 산림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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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목재산업박람회는 단순히 부스 개수를 늘리는 것이 목표가 아닙니다. 목재가 우리 삶에 어떤 의미인지, 탄소중립 시대에 왜 중요한지를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름다운 목조 공간을 보며 감탄하고, 메이커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가구를 보며 경이로움을 느끼고, 산림에서 도시까지 이어지는 목재의 여정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진짜 목재산업박람회입니다.
15년 전통의 행사가 새로운 15년을 시작할 수 있는가. 2026년이 그 기로입니다.
지금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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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켜고, 깎고, 다듬는 건 익숙한데 글은 쓸 때마다 골치 아픈 우드코디BJ입니다.
그래도 나무를 좋아하고, 목재를 좋아하실 여러분과 소통하고 싶어 오늘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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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목재소는 현재 김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꼭 나무를 찾으러 오시는 것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언제든지 편하게 방문해 주시면, 저희가 성심껏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방문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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