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 예능 프로그램은 관찰 예능 혹은 리얼 예능이 참 많다. 게다가 작가, 모델, 가수, 아나운서, 배우, 개그맨, 운동선수, 유튜버 등 '비연예인'들이 스크린을 채운다.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기안 84도 웹툰 작가지만 이제 방송인이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다. '나 혼자 산다'는 출연자들의 일과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마감을 앞두고 작업실에서 힘겹게 작화하는 웹툰 작가로서의 모습은 삶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 한편 집안 화장실에서 거울 보며 혼자 머리 깎는 장면을 보면 입이 벌어진다. 그런 그는 작년 말 MBC에서 방송연예대상을 수상했다. 연예인이 아닌 사람이 이 상을 받은 건 역대 처음이다.
그는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라는 예능에도 출연한다. 계획 하나 없이 무작정 떠나는 외국 여행을 담는다. 우연히 발견한 축제장에서 잔뜩 흥이 올라 춤추는 그를 보면 누가 이방인이고 누가 원주민인지 헛갈릴 정도다. 해변가 사람들이 모인 곳을 얼쩡거리던 그는 말이 잘못 통한 나머지 원주민들과의 권투 시합에 휘말리기도 한다. 상대 선수에게 두들겨 맞는 기안 84를 보니 이게 진짜 리얼 다큐 프로그램이구나 싶다.
한때 아이들이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춤추고 노래하는 예쁜 내 얼굴"이라는 가사의 동요가 유행했다. 현실의 우리는 거실 텔레비전 앞에 모여 춤추고 노래하는 연예인을 봤다. 이제 우리는 누구나 할것없이 텔레비전을 손에 들고 다니는 시대에 산다. 우리 옆집에 살 것 같은 이가 방송사 연예대상을 받고 연예인들은 너나없이 유튜브에 뛰어든다.
구독자 많은 간행물이나 시청률 높은 방송 프로그램에 기업들이 많은 돈을 내고 대대적으로 광고를 내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개인은 스스로 스타가 되고, 기업은 상품과 서비스를 알린다. 철근콘크리트가 도시를 채우면서 목재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졌다. 이제 목재만 생산할 때는 지났다. 목재를 알리는 좋은 콘텐츠도 생산해야 한다. 제재소도 '구독자'를 모으고 '좋아요'를 받아야 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