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목재소 근무 3년 차 우드코디 SH입니다.
매주 목요일, 나무에 대한 이야기들을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무인도에 갇히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나무를 베어 뗏목을 만들고,
바다를 탈출하려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우리는 이런 장면을 별다른 의심 없이 바라봅니다.
‘나무는 물에 뜨는 재료’라고 당연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뗏목과 목선도 오래전부터 나무로 만들어져 왔습니다.
그렇다면 무인도에 자란 어떤 나무로든
뗏목을 만들어 탈출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나무 중에는 물에 넣으면 그대로 가라앉는 것도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무인도 이야기의 대표적인 작품인 《로빈슨 크루소》에도
매우 단단하고 무거운 ‘*아이언 우드(Iron Wood)’가 등장합니다.
*아이언 우드(Iron Wood):
물보다 밀도가 높아 가라앉을 정도로 단단하고 무거운 나무들을 통칭하는 일반적인 명칭
로빈슨은 이 나무를 자르다가 도끼가 거의 망가질 정도로 고생했고,
잘라낸 조각도 옮기기 어려울 만큼 무거웠다고 말합니다.
결국 그는 이 나무를 다듬어 삽을 만들었습니다.
만약 이런 나무만 골라 뗏목을 만들었다면,
로빈슨의 무인도 생활은 조금 더 길어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로빈슨이 말한 '아이언 우드(Iron Wood)'는 무엇이었을까요?
소설에는 정확한 수종이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우드플래닛 육상수 대표는 《세상의 나무》에서
이 나무가 리그넘바이테(Lignum vitae/유창목)였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리그넘바이테(Lignum vitae)는
‘아이언우드(Iron Wood)’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단단하고 묵직한 목재입니다.
이름은 라틴어로 ‘생명의 나무’라는 뜻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유창목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나무 중에서도 밀도가 매우 높은 편으로,
물에 넣으면 가라앉는 대표적인 목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크기의 나무를 물에 넣었지만, 나무마다 보이는 모습은 달랐습니다.
목재가 같은 부피의 물보다 가벼우면 뜨고, 무거우면 가라앉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목재의 밀도와 비중에서 생깁니다.
나무는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 단단한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수많은 세포와 빈 공간이 있습니다.
수종마다 세포벽의 두께와 빈 공간의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크기로 잘라도 무게가 서로 다릅니다.
유창목은 물에 뜨지도 않고,
무겁고 단단해 가공하기도 쉽지 않은 목재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이 나무를 어디에 사용했을까요?
유창목은 강한 충격과 반복되는 마찰을 견뎌야 하는
선박 부품이나 기계 부품에 사용됐습니다.
범선에서는 돛을 조절하는 로프가 통과하는
시트 리드의 링으로 쓰였으며,
단단하고 마모에 강하면서도 로프를
심하게 손상시키지 않는 안내면 역할을 했습니다.
▲ 리그넘바이테 링과 청동으로 만든 선박용 시트 리드(sheet lead).
돛을 조절하는 로프가 통과하는 안내 부품이다.
(사진출처 : Pinterest)
유창목에는 천연 수지가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이 수지는 마찰이 일어날 때 윤활 작용을 하기 때문에,
유창목은 선박의 프로펠러 축을 받치는
베어링 재료로도 오랫동안 사용됐습니다.
뗏목을 만들 때는 불리했던 높은 밀도와 무게가,
선박 안에서는 강도와 마모 저항성이라는 장점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물에 가라앉는 나무가 오히려 바다를 오가는
선박의 중요한 부품이 됐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또한, 선배님의 얘기를 들어보면.
유창목은 저희 회사 내부에도 곳곳에 쓰였고,
실제로 납품도 많이 되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크고 작은 공방이나 학생분들이 주얼리나
소품을 만들기 위해 유창목을 찾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유창목은 물에 가라앉을 만큼 무겁고 단단합니다.
하지만 무게와 강도만이 이 나무의 전부는 아닙니다.
짙은 녹갈색과 오묘한 무늬, 손으로 만질수록
자연스럽게 살아나는 광택 덕분에
시간이 흐르며 색이 한층 깊어지는 모습 역시
유창목이 가진 매력 중 하나입니다.
물에 가라앉는 무게는 유창목이 가진
여러 성질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어떤 곳에서는 강도와 마찰 저항성이 쓰임을 만들고,
다른 곳에서는 색과 질감, 향과 광택이
이 나무를 선택하는 이유가 됩니다.
나무는 대체로 물에 뜹니다.
하지만 모든 나무가 같은 무게와 같은 성질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차이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각 나무가 쓰이는 자리도 달라집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
저희 목재소는 현재 김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꼭 나무를 찾으러 오시는 것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언제든지 편하게 방문해 주시면, 저희가 성심껏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의 방문을 언제나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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