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 시간 12분 59초짜리 초단편 영화가 국내 극장가에 등장했습니다. 유료 상영이지만 푯값은 단돈 천 원. '밤낚시'라는 제목을 단 이 영화는 배우 손석구가 주연을 맡아 전기차 충전소에서 전기를 먹고사는 외계 생명체를 낚으려 밤새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밤낚시'가 현대차 측에서 먼저 손석구에게 '자동차 카메라로만' 찍는 영화를 만들어보자 제안으로 시작됐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 아이오닉5에 장착된 7개의 카메라 시점으로 영화를 찍었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아이오닉5의 온전한 차제 모습은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제작한 영화 '밤낚시' 한 장면 (사진 = 현대자동차)]
요즘 사람들은 멋진 차가 도로를 질주하는 흔한 자동차 광고에 별 감흥이 없어 보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에 상품을 등장시켜 홍보하는 간접광고(PPL)도 너무 많아져 오히려 피로감 마저 든다는 분들도 많죠. 든다. 그래서인지 최근 기업이고 지자체고 할 것 없이 상품이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콘텐츠 제작에 더욱 공을 들이는 모양새입니다. 현대차는 콘텐츠를 '밤낚시'라는 영화로 만들어 극장가에 걸며 화제성을 더욱 높였습니다. 현대차 브랜드마케팅 책임자는 제품을 전면에 드러내는 전통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홍보 방식이 필요해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무신사 팝업스토어에 몰린 방문객들 (사진 = 무신사)]
지난달 무신사가 성수동에 오픈한 팝업스토어(임시 단기 매장)는 독특한 운영방식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기업의 팝업스토어 내부에는 의류 한 벌 걸려 있지 않았고, 마네킹 하나 서 있지 않았습니다. 대신 미로처럼 생긴 주황색 구조물이 설치됐고 이곳저곳에 검은색 QR코드가 붙여져 있었습니다. 방문객들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무신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각종 할인 쿠폰을 받을 수 있습니다. QR코드를 통한 이벤트 페이지 방문 횟수는 1만 2000회에 달했고, 행사 6일 만에 누적 판매 금액 1000억 원을 돌파하며 흥행몰이를 했습니다.
[야적장 원목들의 수종을 알려주고 연관된 콘텐츠와 이어 줄 QR인식표]
1986년도에 설립된 우리 회사는 전형적인 목재공장입니다. 일반인 눈높이에서 보면 야외에 놓인 원목들은 '크다 작다' 정도만 알겠고, 창고 안에 쌓인 제재목 번들(무더기)은 '나무 많네'라는 느낌이 들 뿐이죠. 실무자가 옆에 붙어 설명해 주지 않으면 무슨 나무인지 알 수 없고 어디에 쓰이는 목재인지는 더더욱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외근 등의 이유로 실무자가 부재중이거나 동시간대에 방문객이 몰릴 경우 적절한 고객 응대와 상담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올해 초부터 공장과 전시장을 '목재 콘텐츠 체험 공간'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종명과 용도, QR코드가 프린팅된 출력물이 붙어있는 건조목재 번들]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별도 안내가 없어도 QR인식표를 통해 공장 야드에 놓인 원목들의 수종명(나무 이름)을 확인할 수 있고, QR코드를 통해 해당 수종 또는 목재 이해를 돕는 온라인 콘텐츠를 접할 수 있습니다. 야외에서 자연건조 중인 제재목(자연건조 중인 판재나 각재), 숙성창고에 보관된 건조재(인공건조를 마친 판재나 각재) 뿐 아니라 전시공간에 설치된 여러 목제 가공품에도 QR인식표가 부착될 예정입니다. QR코드로 연동되는 콘텐츠들은 목재 전문가와 실무자들이 직접 만들어 '목재 지식과 실용 경험'이 그대로 녹여져 있습니다. 방문객 혼자서도 얼마든지 목재를 체험하며 스스로 알아갈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야적된 원목들의 수종명을 알려주고 온라인 콘텐츠와 이어 줄 QR인식표 디자인]
"점점 더워지는 온난화는 끝나고, 이제 지구는 끓어오르는 시대가 됐다." 작년에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가 2023년은 역대 가장 더운 해라고 발표한 후 덧붙인 말입니다. 찌는듯한 폭염과 들이붓는 폭우가 두려운 게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닐겁니다. 나무가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산소를 내뱉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령기로 갈수록 탄소흡수량은 줄어듭니다. 나무가 죽어 분해되면 품었던 탄소를 거꾸로 배출합니다. 아무쪼록 우리 회사가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나무를 적절히 쓰고 열심히 심자'는 공감대를 넓히는 목재테마공원으로 거듭나길 바래봅니다.